작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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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가끔씩 우연을 만난다. 가령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을 만났는데 알고 보니 건너 건너 아는 사이라거나 예전에 서로 알던 사이거나 하는 상황의 우연. 사회심리학에서는 이와 같은 우연한 만남을 작은 세상 현상이라고 이야기한다.
케빈 베이컨(Kevin Norwood Bacon), Photo by Chairman, Flickr (CC BY), https://goo.gl/TKIyjC
이 현상과 관련된 재미있는 게임이 있다. 이른바 케빈 베이컨의 여섯 다리(Six Degrees of Kevin Bacon)라는 게임으로 약 12만 명(미국 배우 조합 추산)에 달하는 미국의 배우들이 케빈 베이컨과 몇 단계로 연결되는지 찾는 게임이다. 단계를 계산하는 기준은 케빈 베이컨과 같은 영화에 출연했는지 여부이다. 예를 들어 같은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는 한 단계, 이 배우들과 같이 출연한 배우는 두 단계와 같은 식으로 계산한다. 이렇게 케빈 베이컨이 특정 배우와 몇 단계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계산한 수를 '베이컨 지수'라고 부르는데, 신기하게도 평균 여섯 단계 정도만 거치면 미국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배우가 그와 연결된다고 한다.
photo by Chrls Potter, Flickr (CC BY), https://goo.gl/lhqDvs
더 작은 세상
인터넷과 더불어 SNS가 발전하면서 사회적 거리는 더욱 단축되었다. 2012년 페이스북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페이스북 유저 간의 평균 거리는 4.74단계를 거쳤다. 그리고 연세대학교 사회발전 연구소와 중앙일보의 2004년 공동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6단계보다 더 작은 3.5단계의 세상에 속한다. 아마 이 거리는 SNS의 발전과 함께 더 좁혀졌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정말 아주 작은 세상이다.
3.5단계의 세상
세상이 5단계 이하로 작아질수록 나타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동조 압력이 강력해진다. 나와 다름 혹은 우리와 다름을 쉽게 인정하지 않고 타인에게 자신과 같기를 강요한다. 흔히들 오지랖퍼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배경이 된다. 둘째로 남들과 비교하고 평가하며 열등감에 시달리게 된다. 너무 가까운 사회적 거리 때문에 타인이 항상 내 주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셋째로 우리는 작은 세상에서 소외되지 않으려 서로를 참조한다. 헤어스타일, 영화, 책, 소비, 패션과 같은 수많은 유행을 공유한다. 하지만 깊이는 없다. 마지막으로 관계가 피상적이다. 로빈 던바(Robin Dunbar)가 말하길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인간관계는 150명 정도가 최대치라지만, 작은 세상에서의 인간관계 수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당장 카톡 친구 수만 보아도 대체로 150명은 넘을 것이며, 대부분의 관계가 매우 피상적일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지금 3.5단계의 세상이라는 감옥에 갇혀있다.
photo by Emilien ETIENNE, Flickr (CC BY), https://goo.gl/IEZ3FP
All works ⓒ Jaehyun Kim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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